서울 지하철 4호선을 타다 보면 익숙한 이름의 역 하나를 만나게 됩니다. 바로 ‘미아역’입니다.
서울에서 오래 살아온 사람이라면 미아동, 미아사거리, 미아리고개라는 이름도 한 번쯤 들어봤을 것입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조금 이상합니다.
우리가 평소 사용하는 ‘미아’라는 단어는 길을 잃은 아이를 뜻합니다. 놀이공원이나 대형마트에서도 ‘미아보호소’라는 표현을 쉽게 볼 수 있죠.
그렇다면 서울 강북구의 미아동도 정말 ‘길을 잃은 아이’와 관계가 있는 곳일까요?
혹시 옛날에 이 지역에서 아이를 잃어버리는 일이 많아서 붙은 이름일까요? 아니면 미아리고개를 넘다가 사람들이 길을 잃어서 그런 이름이 생긴 것일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길 잃은 아이를 뜻하는 미아는 한자로 ‘迷兒’라고 씁니다. 하지만 서울 강북구 미아동의 공식 한자 표기는 ‘彌阿洞’입니다. 발음은 똑같이 ‘미아’이지만 사용하는 한자 자체가 완전히 다른 것입니다. 강북구가 현재 안내하고 있는 공식 동명 역시 ‘彌阿洞’으로 표기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彌阿라는 이름은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요?
생각보다 이야기가 꽤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미아동의 ‘미아’는 길 잃은 아이를 뜻하는 迷兒가 아니다
먼저 가장 확실하게 짚고 넘어갈 부분은 ‘미아동’이라는 이름이 현대에 갑자기 만들어진 이름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강북구청의 미아동 유래 자료에 따르면 ‘미아동’이라는 이름은 조선 말 고종 초의 공식 기록에서 이미 등장합니다. 즉 미아라는 지명 자체가 적어도 조선 후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오래된 이름이라는 것입니다. 다만 강북구에서도 그 정확한 유래는 확실하지 않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현재의 미아동 일대는 과거 지금처럼 서울 도심에 속한 지역도 아니었습니다.
1949년 8월 14일 이전까지 이곳은 경기도 고양군 숭인면 미아리 지역이었습니다. 이후 서울의 영역이 확장되면서 서울특별시 성북구에 편입됐고, 시간이 지나 도봉구를 거쳐 1995년 강북구가 만들어지면서 현재의 강북구 미아동이 됐습니다.
즉 우리가 지금 ‘미아동’이라고 부르는 이름의 뿌리는 현대 서울의 행정구역보다 훨씬 오래되었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름의 유래가 명확하게 하나로 정리되어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현재 전해지는 대표적인 이야기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미아리고개’에서 미아라는 지명이 유래했다는 설입니다.
현재 성북구와 강북구 사이를 오가는 지역에는 예부터 중요한 고갯길이 있었습니다. 이 고개는 ‘되너미고개’라고도 불렸고 한자로는 돈암현(敦岩峴)이라는 이름도 사용됐습니다.
강북구 자료를 보면 18세기 중엽 무렵의 것으로 추정되는 《사산금표도》에는 이 고개가 ‘호유현(胡踰峴)’으로 적혀 있고, 비슷한 시기의 지도인 《도성대지도》에는 ‘적유현(狄踰峴)’으로 기록돼 있다고 합니다.
이 되너미고개를 미아리고개라고 부르면서 주변 지역의 이름까지 미아리가 되었다는 것이 첫 번째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또 하나의 의문이 생깁니다.
그렇다면 왜 그 고개를 ‘미아리고개’라고 부르기 시작했을까요?
문제는 이 부분 역시 정확한 기록으로 하나의 답이 정해져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옛 지명은 지금처럼 누군가가 회의를 열어 이름을 정하고 공식 발표를 한 경우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들이 오랫동안 부르던 이름이 자연스럽게 굳어진 뒤 행정지명으로 사용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미아동이라는 이름 역시 여러 이야기가 함께 전해지고 있습니다.
2.미아사라는 절에서 ‘미아동’이 시작됐다는 이야기
미아동 이름의 또 다른 유래로 등장하는 것이 바로 ‘미아사(彌阿寺)’입니다.
강북구의 공식 지역 유래 자료에는 과거 미아동 일대 불당곡(佛堂谷)에 ‘미아사’라는 절이 오랫동안 존재했고, 이 절의 이름에서 미아라는 지명이 생겼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고 설명되어 있습니다.
이 설이 흥미로운 이유는 현재의 미아동 한자와 절 이름의 한자가 같은 ‘彌阿’라는 점입니다.
즉,
미아사(彌阿寺)
↓
미아리(彌阿里)
↓
미아동(彌阿洞)
과 같은 흐름으로 지역 이름이 만들어졌을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입니다.
물론 이것 역시 확정된 사실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강북구에서도 미아동이라는 이름의 유래가 확실하지 않으며 미아리고개에서 유래했다는 설과 미아사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함께 전해진다고 설명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미아동 이름을 찾아보다 보면 또 하나의 유명한 이야기를 만나게 됩니다.
바로 ‘미아리 공동묘지’와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일제강점기 미아리 일대에는 공동묘지가 있었고, 서울 시내에서 사람이 세상을 떠나면 상여가 미아리고개를 넘어 공동묘지로 향했다고 합니다.
한 번 고개를 넘어 묻힌 사람은 다시 돌아올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다시는 돌아오지 못한다’는 의미에서 미아리고개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기도 합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도 일제강점기 이 일대에 한국인 공동묘지가 조성되었고, 상여가 이 고개를 넘어갔다는 이야기가 소개되어 있습니다.
듣기에는 굉장히 그럴듯합니다.
특히 과거 미아리고개가 대중가요나 영화 등을 통해 이별과 한의 공간처럼 인식되면서 이런 이야기가 더욱 강하게 기억됐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서 중요한 부분이 하나 있습니다.
앞서 살펴봤듯 ‘미아동’이라는 지명은 이미 조선 말 고종 초의 공식 기록에 나타납니다. 반면 미아리 공동묘지와 관련된 이야기는 그보다 뒤의 시대인 일제강점기와 연결됩니다.
따라서 시간 순서를 생각하면 공동묘지가 생겼기 때문에 처음으로 ‘미아’라는 지명이 만들어졌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오히려 기존에 존재하던 ‘미아’라는 지명에 공동묘지와 미아리고개의 이미지가 결합하면서 새로운 이야기가 더해졌다고 보는 편이 자연스럽습니다.
이 부분이 바로 지명 이야기가 재미있는 이유입니다.
하나의 이름에는 실제 행정 기록뿐 아니라 지역 주민들이 오랫동안 전해 온 이야기와 기억까지 함께 쌓여 있기 때문입니다.
3.‘미아’라는 두 글자에 서울의 변화가 남아 있다
현재 미아동을 생각하면 아파트와 상가, 지하철역이 자리한 서울의 평범한 주거지역을 먼저 떠올리게 됩니다.
하지만 이 지역의 과거 모습은 지금과 상당히 달랐습니다.
미아동은 1949년 경기도 고양군 숭인면에서 서울특별시로 편입되었습니다. 당시에는 현재의 미아동뿐 아니라 지금의 성북구 길음동 상당 부분까지 미아동 관할에 포함됐습니다.
이후 한국전쟁을 거치고 서울로 인구가 집중되면서 지역 모습도 빠르게 변했습니다.
강북구의 지역 유래 자료에 따르면 6·25전쟁 이후 서울의 인구가 증가하면서 이 일대의 야산과 공동묘지 주변까지 주택지로 변하기 시작했고, 인구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행정동이 여러 차례 나뉘고 이름도 변경됐습니다.
한때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미아동보다 훨씬 넓은 지역이 ‘미아’라는 이름 아래 묶여 있었던 것입니다.
현재도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강북구에는 법정동인 미아동 안에 미아동뿐 아니라 삼양동, 송중동, 송천동, 삼각산동 등 여러 행정동이 존재합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동네 이름과 주민등록이나 토지 등에 사용되는 법정동의 경계가 서로 다른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 가운데 ‘삼양동’이라는 이름에도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강북구 자료에 따르면 삼양동은 ‘삼각산의 양지바른 남쪽 동네’라는 의미에서 만들어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1949년 미아리가 서울에 편입될 당시 지역 관계자들이 이러한 의미를 담아 행정동 이름을 정했다고 전해집니다.
이렇게 살펴보면 지도에 적힌 동네 이름 하나가 단순한 주소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미아동’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 이름만 들었을 때는 누구나 길을 잃은 아이를 뜻하는 ‘미아(迷兒)’를 떠올리기 쉽습니다.
하지만 실제 미아동의 미아는 ‘彌阿’입니다.
그리고 그 이름의 뿌리를 따라가다 보면 조선 시대의 고갯길과 옛 지도, 미아사라는 절에 관한 이야기, 미아리고개, 일제강점기의 공동묘지, 서울의 행정구역 확장, 한국전쟁 이후의 도시화까지 만나게 됩니다.
더 재미있는 것은 아직도 ‘정답 하나’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미아리고개의 이름에서 동네 이름이 생겼다는 설도 있고, 불당곡에 있었던 미아사에서 비롯됐다는 설도 있습니다. 여기에 미아리 공동묘지와 관련된 이야기도 후대에 더해졌습니다.
그래서 미아동이라는 지명을 설명할 때 가장 정확한 표현은 어쩌면 이것일지도 모릅니다.
‘정확한 유래는 확정되어 있지 않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길 잃은 아이 미아(迷兒)와는 관계가 없다.’
매일 무심코 지나치는 지하철역 이름과 동네 이름에도 이렇게 긴 시간이 숨어 있습니다.
오늘 지하철 4호선을 타고 미아역을 지나게 된다면 역 이름을 한 번쯤 다시 바라보는 것도 재미있겠습니다.
그 두 글자에는 단순한 주소가 아니라 수백 년 동안 이 지역을 오갔던 사람들과 변화해 온 서울의 흔적이 함께 남아 있으니까요.